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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구닥다리 행태의 반복일 뿐이다. 나는 어제 2002년 12월 21일이 생각났다. 그때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에 불복하고 개표부정을 주장하며 대선 무효소송을 냈었다. 나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서 무척이나 화가 났었다. 명백한 증거 없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와 국가에 대한 부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한나라당 지도부를 당을 두 번 죽이는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싸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모습을 보고서 나는 화가 나기는커녕 웃음만 나왔다. 이게 뭐 하는 코미디인가 싶었다.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표결을 저지한다는 것인데 무슨 자격으로? 후보가 맘에 들지 않으면 반대토론하고 반대투표하면 될 일이지 한나라당이 후보 지명까지 결정할 권한은 없지 않은가? 벌써 두 달 전부터 헌재소장의 공석상태이지만 절차문제에 대한 시비 때문에 미루어져 온 일이다. 애초 청와대의 과욕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들도 과거의 관행대로 임명 제청을 했고, 조순형 의원이 문제 제기할 때까지 한나라당도 우리당도 문제의식 없이 청문회 절차를 진행시켰던 일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도 관행적 절차 처리에 대해 사과했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 없는 추천 절차를 밟았다. 그래서 군소 야당들도 애초 표결을 거부했다가 절차문제에 대한 요구가 관철되자 투표에 참여할 예정인 것이다. 찬반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나라당의 단상 점거가 우스운 꼴인 이유는 다른 야당들의 합리적인 태도에 비추어보면 거울처럼 명확해진다. 사실 한나라당의 반대 이유는 절차보다는 사람일 것이다. 전효숙 후보자가 그동안의 헌재 판결에서 한나라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을 다수 내놓은 재판관이었다는 것이고, 하필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시 동기라는 점이 결사적 반대 - 가 아니라 끌어내리기 - 의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통치하려 하는지 궁금하다. 만약 한나라당 대통령이 자기 통치 철학에 부합되는 인물들을 요직에 임명하고자 국회에 인준 요청할 때 소수 야당들이 그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아가 아예 투표도 못 하게 걸핏하면 국회의장석을 점거한다고 치자. 직권상정하고 경호권 발동해서 처리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야당이 허구한 날 악다구니를 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으면 그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겠는가? 허구한 날 반대 위한 반대하면 국정운영은?
2004년의 탄핵 강행으로 총선에서 곤욕을 치른 후 한나라당이 좀 달라졌나 싶더니, 인물 물갈이를 했대서 내심 기대도 가졌더니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인 게다. 집단 내부의 문화적 뿌리가 달라지지 않는데 어떻게 현대적 보수로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할 것인가? 결국 한나라당의 다수가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과 철학이 부재한 탓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야당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교양과 금도(襟度)가 부족한 것이다. 여당이 아무리 미워도 의회 내 소수파로서 지켜야 할 상식의 선은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당에 대해 참 많이 화가 났었는데 오늘 한나라당이 내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줌으로써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노무현 개인에게는 불복해도 대선 결과는 따랐어야 하는 것이고, 전효숙은 반대해도 인준 투표에는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아, 불참하는 것도 상책은 아니지만 하나의 의사표시 방법일 수 있다). 대통령의 전방위적 사명감이 참 버겁더니 이제 한나라당까지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니 원래 그랬던 것 같다. 현재도 미래에도 대한민국은 우리가 지킨다, 국회의장석 단상 위의 사람들은 뭐 그런 턱없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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