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5일 (목) 03:20 조선일보 |
[杜甫 율시 777수 완역] 520년만에 두보의 詩에 숨결 불어넣은 세 학자 |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한시(漢詩)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당나라의 시성(詩聖) 두보(杜甫·712~770)의 시에 반한 3인의 학자들이 5년간 함께 땀흘린 끝에 두보의 율시(律詩) 777수 전부를 우리말로 번역, 출간했다. 번역하고 주석까지 붙인 ‘완역 두보율시’(명문당)를 낸 주인공들은 서울대 중문학과 이영주(李永朱·51) 교수와 강성위(姜聲尉·42) 박사, 홍상훈(洪尙勳·41) 박사. 두보의 율시가 완역된 것은 조선 성종 12년 때인 1481년 ‘두시언해(杜詩諺解)’ 25권이 간행된 이후 실로 520여년 만의 일이다. ‘율시’가 뭘까? “모두 8구(句)로 이루어진 한시의 대표적인 양식입니다. ‘두율(杜律)’이라 칭해진 두보의 율시는 최고의 경지를 구가해 후대에 율시의 전범으로 받들어졌습니다.” 이영주 교수는 “세속을 초월한 경지에 있었던 시선(詩仙) 이백(李白)과는 달리 땅 위에 발을 딛고 사는 인간 세계의 보편적 정서를 절절이 노래한 시인이 바로 두보였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두보의 시를 읽게 된다고 한다. 그 속에 인생의 깊이와 삶의 참맛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두보 시집이라고 해야 두시 중에서 일부를 추려 엮은 두시선집들만 나와 있을 뿐이었다. 오래전에 두시 전체를 완역한 일본이나 백화문(현대 중국어)으로 모두 옮겨낸 중국에 비하면 서글픈 현실이었다. 우리의 세 학자가 ‘두시 완역’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팔을 걷어붙인 것은 지난 2000년. 정조 때 간행된 ‘두율분운(杜律分韻)’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청나라 때 고증학의 성과도 충분히 반영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중세 한자어가 너무나 많아 번역이 어려웠습니다.”(강성위 박사) “한자마다 독음을 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죠.”(홍상훈 박사) 5년의 각고면려(刻苦勉勵)였다. 기존 번역의 오역도 많이 바로잡았다. 유명한 시 ‘등고(登高)’의 제7구 ‘간난고한번상빈(艱難苦恨繁霜?)’은 흔히 ‘고생과 근심과 괴로운 한 때문에 서리 같은 살쩍(귀밑털)이 많아졌다’로 해석됐지만 이번에 ‘고생과 근심에 서리 같은 살쩍이 많아져 너무 한스럽다’로 고쳤다. 직접 한시를 짓기도 하는 이 교수는 “한시에서 두보는 한국 현대시의 미당 서정주와 같다”고 말했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큰 벽이라는 것. “두보가 만년에 지은 시 중 ‘다함 없는 장강의 물결은 출렁출렁 흘러온다(不盡長江滾滾來)’는 것 같은 시구를 보세요. 쓸쓸함의 극한에 달한 절망적 상황에서도 장쾌하고 낭만적인 기세가 밀려옵니다. 그것이 바로 두보시 특유의 비장미(悲壯美)죠. 세월과 장소를 뛰어넘는 두시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두보가 남긴 시는 모두 1400여 편인데 지금까지 이 교수 등이 다른 책에 번역한 것까지 더하면 이번 출간으로 두시의 60%가 우리말로 번역된 셈이다. 이들은 100%를 채우기 위해선 앞으로 10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석재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karm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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