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괴산으로 갈까 했는데 바위 오르는 구간이 자주 나온다 하여 포근해지면 가기로 하고 급히 주흘산으로 산행지를 바꾸어 버렸다. 부봉과 연계산행한다고 늘 벼르고만 있었는데 겨울 눈길의 부봉은 위험할 것 같아 오늘 주흘산만 오르기로 한다.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나 산에서는 날씨 변화가 심하고 정상에서는 온도가 내려가니 방한 장비 다 챙겨 오른다. 그래도 한가한 등산길이라 예상했는데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이 올라가고 있었다.
문경의 진산(鎭山)인 주흘산은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란 한자 뜻 그대로 문경새재의 주산이다. 남쪽의 중부내륙고속도로나 3번 국도를 타고 진남교반을 지나 마성면 너른 들판에 들어서면 앞쪽으로 기세 당당한 산이 하나 버티고 있다. 양쪽 귀를 치켜세우고 조화롭게 균형미를 갖춘 산세이다. 영남(嶺南) 지방이라 할 때 영남이란 충청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조령(鳥嶺)을 기준으로 영(嶺)의 남쪽에 있다 하여 영남이라 불렀다. 주흘산은 10m 높이의 여궁폭포와, 혜국사, 팔왕 폭포, 문경 1,2,3 관문 등이 있다. 비구니의 수도 도량인 혜국사는 신라 문성왕 8년 846년 보조국사가 창건하였으며 창건 시 범흥사라고 하였으나 고려 공민왕이 난을 피해 행재(行在)하여 국은(國恩)을 입어 혜국사로 개칭. 주흘산 등산로변에 있다. 주흘산과 조령산의 사이로 흐르는 조곡천 동쪽면에는 주흘관(조령 제1 관문), 조곡관(조령 제2 관문), 조령관(조령 제3 관문)의 세 관문과 원터, 성터 등 문화재가 많으며 주막도 있고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새재 계곡은 문경새재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 한국의 산하
오늘 여정 : 문경새재1주차장 → 주흘관(00;13 0.9Km) → 여궁폭포(00;35 2.0Km) → 혜국사 (01;03 3.0Km) → 대궐샘(01;49 4.5Km) → 주봉(02;21 5.4Km) → 영봉(03;15 6.8Km) → 주봉계곡갈림길(04;09 8.3Km) → 조곡관(04;55 11.0Km) → 1주차장(05;41 14.8Km) - 휴식시간 11분 포함 ※트랭글 GPS 기준
▼<09:03>늘 차량으로 가득차 있다던 주차장이 이른 시간이라 한가하다. 하산할 때는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차 있었다. 오늘도 하늘은 내편이다. 주차비 2,000원에 종일이다. 6시간 정도 걸을 예정이라고 하니 여자친구는 주차장에서 기다리며 새재길도 잠시 걸어본다고 한다.
▼제1관문 주흘관 가는 길 - 선비의 상
▼옛길박물관
▼걷는 길은 문경새재 과거길
▼<09:16>제1관문 주흘관
▼주흘관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주흘산 주봉까지 4.5Km
▼포장도로는 여궁휴게소까지 이어진다. 조용한 계곡에 물소리만 정겹게 들린다.
▼여궁휴계소 앞 갈림길. 왼쪽 휴게소로 올라가 바로 정상 가는 길이 있고 직진하여 여궁폭포 들렀다가 정상가는 등산로로 들어가는 길로 나뉜다. 300미터 정도 더 걷게 되는 여궁폭포로 들어간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화장실이 있고 여기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09:39>여궁폭포. 내 눈에는 그렇게 연상되지 않는데 누가 여궁폭포라 지었을까?
▼부드러운 바위는 하나도 없고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바위이고 바닥에도 날카롭게 꽂혀 있다.
▼조금 전 휴게소 갈림길에서 바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거칠고 가파른 길이 계속된다. 전망대가 보이는데 여궁폭포 상단이다. 볼거리는 거의 없는 곳인데 쉼터도 아니고 전망대도 아니고 ~~~
▼여궁폭포 상단 바위 아래 난 길.
▼계곡을 넘고 오르는 길이 계속된다. 겨울이라도 수량이 상당하고 짧은 구간 폭포 같은 풍경이 계속된다.
▼<10:06>혜국사 아래 아치 다리 쉼터. 잠시 혜국사로 올라가니 차량이 보인다. 여기까지 차량이 오를 수 있는 길이 있었구나! 경내로 들어가지는 않고 바로 내려왔다.
▼등산로 주변에 바위가 많았는데 바위를 오르내리는 길이 아니라 그리 위험한 구간은 없었다. 혜국사에서 내려오면 다시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 계속된다. 약 900 가까이 고도롤 올리는 등산로인데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주흘산 등산로이다.
▼눈이 내렸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10:29>주봉 1,540m 전방 쉼터. 이후로 볕이 들지 않는 응달 구간에는 눈이 제법 남아 있다.
▼눈 아래 얼음이 있어 상당히 미끄러운 길이다.
▼<10:53>903계단 아래 대궐터. 대궐샘에는 '주흘산 백번 오르니 이 아니 즐거우리'란 문구가 있고 스테인리스 용기가 있어 위생적으로 마실수 있었다. 조령상에서도 계단 오르기 직전에 조령샘이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비슷한 분위기다.
▼눈이 살짝 남아 있는 903계단. 이 계단이 끝나고 조금 더 오르면 정산 직전 계단까지 포함하면 약 1,230 계단이라고 한다. 고무 바닥만 쳐다보고 천천히 오르면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니다.
▼계단이 끝나면 넓은 능선이 나오고 눈이 제법 남아 있다. 정상까지 걱정되어 아이젠을 채울까 망설이는데 길에보니 아이젠 흔적이 전혀 없다. 그냥 올라가자
▼주봉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
▼주봉 바로 아래 삼거리. 왼쪽은 영봉 가는 길.
▼<11:25>약 2시간 20분 정도 걸어 도착한 주흘산 주봉. 주흘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영봉인데 주흘산 정상은 주봉이 차지했다. 관봉-주봉-영봉의 중앙에서 뛰어난 조망이 있고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해 그렇게 정했나 보다.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볼을 할퀼 정도로 차갑고 장갑 속 손가락은 마비되기 일보직전이다. 호주머니 핫팩으로 손이 자주 들어가게 된다. 바람을 피해 한쪽에서 간식 먹고 바로 영봉으로 내려간다. 같이 올라온 문경 사시는 분이 길 안내해주고 옷 단단히 챙겨 입을라고 당부하고 가신다.
▼주흘산 관봉.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오는 사람도 꽤 많다고 한다.
▼관봉 아래 문경 시가지
▼대미산 - 황장산 방향. 그 뒤로 소백산 천문대가 보인다.
▼정상에서 한장 남겼는데 아주머니가 흔들었네. 가지 사이로 뾰족이 올라온 영봉이 보인다.
▼주봉 아래에서 영봉까지 1.2Km. 초반 눈이 제법 있는데 조금 지나가니 간헐적으로 눈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등로는 좁으나 아주 평이한 길이고 정상에 접근하며 짧은 구간 바윗길을 올라야 한다.
▼조금 전 지나온 주봉이 왼쪽에 자리하고 있고 관봉도 비슷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북쪽 사면으로는 눈이 제법 보이며 겨울이 끝나야 사라지겠다.
▼오른쪽 조령산 - 신선암봉 - 깃대봉 능선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른쪽 나무 가지 사이로 포암산. 가까이 있는 올라가 본 산은 대충 구분이 된다.
▼<12:17> 주흘산 영봉. 1,106m로 가장 높은 곳이다.
▼앞 능선은 대미산 - 황장산. 그 뒤로 소백산 천문대 - 흰봉산 - 도솔봉
▼하산은 영봉에서 제2관문 조곡관으로 진행한다. 약 3.6Km로 초반 급경사 구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피해 가는 길이라고 한다. 눈도 제법 있을 것 같은데 걱정하며 내려간다.
▼돌 위로 그리고 가장자리로 눈을 피해 내려가는데 시작하자마자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아이젠을 채우면 더 힐 들것 같이 그냥 가는데 앞서가던 부부팀이 멈추고 배낭을 열었다. 나는 그냥 내려간다. 또 앞에 가던 부부가 멈추고 아이젠을 채운다. 조금 더 내려가면 눈이 거의 없을 것 같아 나는 그냥 내려선다. 내 예상이 맞았다. 오후 들어 해가 정면에서 비치는 구간이었던 것이다.
▼조릿대 구간에서는 한쪽에만 눈이 있고 없는 쪽 낙엽은 살짝 젖어 있어 미끄럼 없이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13:10>제2관문 조곡관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계곡이다. 조곡관에서 올라와 이곳에서 계곡을 건너지 않고 직진하면 바로 주봉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두 방향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합쳐지는 곳으로 물소리가 요란하다.
▼계곡 건너 이정표
▼계곡을 건너면 임도에 가까운 넓은 길이고 눈이 제법 남아 있으나 평지라 별 문제 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 잠시 내려오면 꽃발서덜이 나온다. 서덜은 너덜의 이 지방 방언이고 잘게 부서진 돌이 예쁘게 모여 있어 꽃밭으로 명명하였나 보다. 눈 덮인 꽃밭너덜이다.
▼이후로 계곡을 따라 가고 계곡을 넘기도 하는데 계곡을 넘어가는 길은 많이 망가져 있다.
▼운동화 신고 정상으로 올라가던 두 사람 되돌아왔다. 올라갈 때 정상 부근 춥고 눈도 제법 있다고 얘기하니 조금만 더 올랐다가 온다 했는데 바로 되돌아 나왔다.
▼조곡관에 거의 다 온듯한데 이 분들 따라가다가 계곡을 벗어나 중턱을 지나는 길로 들어왔다.
▼다시 주등산로로 내려왔고 곧 조곡관에 도착하게 된다.
▼<13:58>제2관문 조곡관. 문경새재 산책 나온 사람들 정말 많다. 코로나로 일상이 답답하니 많은 사람들이 트인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바람직한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새재길과 조곡천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인공폭포인가 했는데 자연폭포인 조곡폭포
▼조선 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순수 한글비석이다.
▼꾸구리바위
▼조령원터. 고려 및 조선시대 출장 가는 관리들의 숙식 편의를 제공하는 공익시설이었다고 한다.
▼기름 짜는 기름틀을 닮은 지름틀 바위
▼문경새재 드라마세트장. 그 뒤로 조령산
▼<14:33>약 5시간 동안 주흘산 한 바퀴 돌고 내려왔다. 아침에 한가하던 주흘관 주변에는 나들이객들로 문전성시다.
▼<14:43>주차장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 먹고 우리는 어르신 뵈로 충주 들렀다가 가기로 한다.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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