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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걷기/자 질 구 레

[송정옛길]오래된 고향길을 걸었다. 2020.06.21

내 고향 송정은 반농반어의 시골이었다. 여름에만 피서객들로 붐비고 한적한 곳이었는데 내가 고향을 떠나오고 난 뒤 90년대부터 대학생 MT 장소로 인기가 있었고 지금은 건물도 많이 들어서고 사시사철 붐비는 관광지가 되어 옛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일찍 부산시에 편입되었지만 해수욕장을 노린 욱여넣기로 내가 자랄 때도 시골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참고로 내가 태어난 다음 해 1963년 부산시로 편입되었다. 전쟁 이후로 다들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 우리 어르신도 예외는 아니어서 농사도 짓고 밤이면 앞바다 멸치 잡이에 나서고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식당 영업도 했다. 전쟁 이후는 인근 군부대 반출 물자 중 폐목재도 받아 판매하는 일도 하셨다고 들었다. 밤이면 해운대 좌동 부대 인근에서 반출된 나무를 등짐 지고 머리에 이고 산을 넘어 송정으로 걸어오셨다고 한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 짐승 소리 들으며 무서움에 쏜살같이 된비알을 오르내리던 얘기를 자주 하셨다. 달맞이길이 생겨 자동차가 다니고 지금은 터널이 생겨 해운대까지 5분이면 도착하지만 그 당시 시는 상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살아오셨다. 얼마 전 해운대구청 홈피에서 송정옛길 개통 소식을 듣고 이 길이 어두운 밤 두 분이서 다니셨던 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오늘 여정:부산환경공단 입구 - 전망대 - 두타사 입구 - 송정역 - 송정해수욕장까지 약 4.2Km를 1시간 50분 동안 걸었다.

 

▼<06:47>아침 송정 바다 일출을 맞을까 했는데 이불속에서 게으름 피우다 해는 중천에 올라와 버렸다. 새로운 길이 개통되었다 하기에 간단한 요기하고 해운대로 넘어왔다. 부산환경공단 정문에서 들머리 찾아 잘 가꾸어진 공원을 잠시 걸으니 들머리가 나온다. 

▼송정옛길 들머리. 5월 25일 개통식이 있었다고 한다. 시작은 질서 정연한 메타스퀘어 가로길이다. 짧은 구간이라도 스탬프 인증을 도입했다. 

▼왼쪽으로 송정터널로 달려들어가는 차소리가 요란하고 메타스퀘어 길이 끝나는 곳에서 바로 산으로 들어간다.

▼이정표 및 쉼터 시설이 과다할 정도로 잘 준비되어 있다. 

▼잠시 산길이 끝나고 포장도로가 나온다. 

▼멀리 장산이 보인다. 어릴 때 고향집에서도 보였다. 몇년에 한 번 정도는 겨울 하얀 눈이 내려앉은 정상을 볼 수 있었다. 

▼<07:04> 기억 쉼터. 여기는 탄약 보관 창고 시설이다. 여기 해운대 좌동에서 송정 마을 뒤 골짜기는 탄약을 보관하던 부대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해운대 신도시가 건설되며 대전으로 옮겨가고 창고시설도 하나 둘 철거되며 이제 그 흔적만 남기고 있나 보다. 우리 논이 탄약고 인근에 있어 어릴 때부터 늘 보던 시설이다. 앞 도로는 탄약을 실어 나르는 차량 이동로이다. 작은 실탄에서 큰 대포까지 엄청난 규모로 보관되어 있었다. 이 아침에 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논으로 달렸던 기억이 난다.

▼오늘 아침 하늘에는 먼지 하나 안 보인다. 그냥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쉬고 싶다. 

▼직진하면 청사포로 가고 옛길은 왼쪽 산길로 들어간다. 어르신 두분이 무거운 나무를 이고 지며 밤길을 걸었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아버지는 1921년에 태어나서 1985년까지 64년을 사셨고 어머니는 1927년 태어나서 85년 동안 계시다가 2012년 멀리 떠나셨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힘든 시기를 몸으로 견디며 살아오셨다. 

▼작은 산에도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들린다. 

▼난대림 숲속에 고사리도 보인다. 

▼탄약을 실어나르던 트럭 이동로가 나오고 복잡한 이정표가 나온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좀 더 먼길 왼쪽으로 간다. 

▼쉼터가 나오고 여기 이정표에 데크전망대가 보인다. 올라가 보자.

▼<07:27>데크전망대. 송정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곳이다. 

▼높은 건물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송정이고 그 건너 동부산관광단지. 해를 마주 보고 있어 사진이 흐릿하다. 맑은 날 오후에 다시 한번 더 올라와 남겨봐야겠다. 

▼다시 쉼터로 내려와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혼자 자갈길에 앉았다. 

▼<07:52>송정옛길은 여기 광어골 입구에서 끝난다. 두타사 입구라고하는데 두타사가 어디에 있는지? 

▼달맞이길로 내려왔다. 송정터널이 생기고 이 길은 드라이브 길이되었고 요즘은 주말이면 라이더들의 놀이터가 된 것 같다. 4월 벚꽃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친구 가게에 잠시 들렀다. 친구는 일요일 조기축구로 자리에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송정역으로 들어왔다. 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요즘 개보수 공사로 파헤치고 세우고 아주 복잡하다. 

▼송정역 앞. 시간이 멈춘 곳이다. 어릴때 내 머리는 저곳에서 밀었다. 이발이라야 바리깡으로 그냥 밀어 버리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고향집이 서 있던 곳. 누군가 매입하여 높이 올릴 준비를 하는지 지금은 주차 공간이다. 

▼집옆 밭은 아직도 그대로이다.

▼이렇게 좁은 골목에서 공 하나로 여럿이 축구하며 놀던 곳. 눈에 핏대를 세우며 죽기 살기로 다마치기 하던 모습이 앞에 보인다. 

▼부엌이 있던 곳이다. 

▼<08:37>송정 바다로 나왔다. 얕은 물에 파도도 그리 높지 않은데 요즘 송정 바다는 서퍼들의 천국이 되었다. 한 서핑 업체에서 매일 송정 바다를 페북에 올려주어 매일 고향 바다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