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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산행/충청

[민주지산/삼도봉]능선에는 잔설만 보였다 2022.01.08(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물한계곡)

작년부터 겨울 눈꽃 산행은 거의 포기한 상태다. 마음만 먹으면 어딜 가도 상고대를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산에서 눈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올해도 제주도나 전라도 해안 지방에는 폭설이 내려도 금방 목아 버리고  강원도 해안에 50Cm 가까이 내렸다는데 지난주 발왕산에서는 바닥의 눈만 밟고 내려온 것이다. 눈꽃 산행은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오늘은 충북 영동으로 내려간다. 눈꽃이 없어도 환상적인 능선길을 자랑하는 민주지산으로 올라가 삼도봉을 거쳐 하산한다.

 

"삼도봉". 삼남지방 방언의 갈래길로 정상에 서면 삼도말씨를 모두 만난다. 산 자체는 소박한 얼굴의 "무욕의 산" 산 아래엔 사시사철 맑고 찬물이 흐르는 "물한계곡"이 있다. 민족화합을 상징하는 삼도봉(1,177m), 민주지산(1,242m)의 한 봉우리로 충청, 전라, 경상도를 아우르는 분수령. 북에서 내려온 산줄기를 받아 한줄기는 대덕산으로 가르고 다른 한줄기는 덕유산으로 갈라 지리산과 맥을 이어준다. 이곳은 조선 태종 14년(1414)에 조선을 8도로 분할하면서 삼남의 분기점이 됐다. 삼국시대엔 신라 백제가 격전을 치르며 세력균형을 유지했다. 이후 역사가 흐르면서 삼도의 지리적·행정적 경계인 동시에 방언의 갈래길로 굳어졌다. 남한의 마지막 원시림 지대로 불리는 동·식물상의 보고. 신갈나무 들메나무 서어나무 군락과 하늘을 찌를 듯 자란 울창한 잣나무 숲을 볼 수 있다. 또 고라니 오소리 고슴도치 살쾡이 등과 붉은배새매 청호반새 등 희귀동물이 살고 있다. 봄철엔 진달래 철쭉이 산을 덮는다. 옛날엔 호랑이가 누비고 다니던 백두대간 능선길. 민주지산 끝자락 각호봉에는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삼도봉은 소박한 얼굴을 지닌 "무욕의 산"이다. 기암절벽이나 폭포 따위를 매력이라 말하지 않는다. 여느 산처럼 빼어난 절경이나 화려한 불교유적도 없다. 바로 옆 석기봉에 머리 세 개를 가진 마애불(삼안 마애불)이 있을 뿐이다. 삼도봉으로 향하는 입구엔 사시사철 차가운 물이 흘러내려 여름철마다 피서객이 몰리는 물한계곡이 있다. 계곡 초입에는 10여 년 전에 세워진 작은 절 황룡사가 화려한 단청을 뽐내고 있다. 쭉 뻗은 잣나무 숲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 여물통 같은 아담한 용소가 나온다. 푸른 잎을 자랑하는 조릿대가 눈 속에서 삐쭉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고 석간수가 오솔길로 흘러나와 눈을 녹인다. 산토끼 발자국이 선명한 눈 밭길. 사람들은 엉덩이 썰매를 타며 산에 오른다. 조금 더 가면 석기봉과 갈라지는 길. 이곳에서 4km쯤 더 올라가면 삼도봉 정상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각호봉-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에 이르는 능선이 물한계곡을 활 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민주지산이나 석기봉에 오르면 삼도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이 마를 때마다 삼도 인근 마을을 번갈아 가며 상이 생긴다는 약수터가 석기봉에 있다.삼도봉에선 말씨가 다른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산을 오르며 서로 눈인사를 건네다가 정상에 오르면 어느새 친구가 된다. 영동 무주 김천. 각기 다른 길로 올라와 정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쉬운 이별을 고하기도 한다. 정상에는 동서화합을 염원하는 "화합탑"이 있다. 삼도를 상징하는 거북과 용, 검은 여의주로 만들었다. 매년 10월 10일엔 삼도의 산악인과 주민들이 올라와 제를 지내며 화합을 기원하는 행사를 연다 - 한국의 산하

 

오늘 여정 : 도마령 → 각호산(01;04 1.6Km) → 민주지산(02;28 4.6Km) → 석기봉(03;58 7.3Km) → 삼도봉(04;41 8.7Km) → 삼마골재(05;08 9.5Km) → 잣나무 숲(05;51 12.3Km) → 물한계곡 주차장(06;12 14.0Km) - 휴식시간 23분 포함 ※트랭글 GPS 기준

▼<09:45> 해발 841m 도마령에서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 오늘 중부 지방 미세먼지가 대단한데 대전을 지나 무주로 들어오니 미세먼지가 옅어졌다. 미세먼지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산행이 되겠다. 도마령에서 시작하니 오르는 부담감은 어느 정도 줄었으나 1.5Km 짧은 구간에서 약 400미터 가까이 올려야 하니 된비알이 계속되는 길이다. 아래 도마령으로 올라온 길이 보이고 뒤에는 덕유산 향적봉이 보인다. 

▼도마령 들머리

▼계단을 잠시 오르면 만나는 상용정. 영동군 상촌명과 용화면을 섞어 상용정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2003년 태풍 매미 복원 사업하면서 주변 볼거리 및 쉼터로 세웠다고 한다.

▼등로에 들어서니 먼지만 폴폴 날리고 눈은 북사면에 조금씩 잔설로 남아 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오름은 거의 끝나고 조망이 기다리고 있다. 

▼거의 한 시간 오르면서 아무도 없었는데 정상 아래 제법 많은 산객들이 보인다. 민주지산은 겨울 산행지로 손꼽을 정도이니 이런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나 보다. 

▼<10:51> 해발 1202m 각호산. 4년 전 눈꽃이 만발한 정상에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삭막한 겨울 정상이다. 원래 정상석은 바위 위에 납작 엎더려 있었는데 이제 웅장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2018년 1월 13일 11:31분 각호산 모습

▼옛 정상석이 있던 바위로 올라와 잠시 앉았다. 시원한 조망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김천방향으로 아래 골짜기는 물한계곡

▼1185봉을 넘어 민주지산 - 석기봉 -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부지방 미세먼지가 심한데 여기는 축복받은 하늘이다. 

▼각호산 정상 뒷 모습

▼이전에는 정상에서 내려와 줄 쳐진 곳으로 내려갔는데 가파르고 험한 길이라 정체가 아주 심했다. 이제 폐쇄하고 우회길을 새로 만들었다. 

▼4년 전 각호산에서 내려가는 길

▼민주지산까지 3.0Km. 진입하자 마지 눈이 제법 보인다. 약간 경사진 곳에서는 아주 미끄러운데 아이젠을 채워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금 지나 그런 걱정을 사라지게 된다. 이후로 하산할 때까지 아이젠 도움 없이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황룡사에서 각호산으로 바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 민주지산으로 가는데 3.4Km(?)

▼여기는 봄이 오는 분위기

▼편안한 능선으로 보이는데 오르내리는 구간이 제법 나온다. 

▼뒤돌아 본 각호산 정상

▼양지 바른 곳에 모셔진 무덤

▼제법 거칠게 올라오니 민주지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덕유산 스키장도 보인다. 

▼무인 대피소. 1998년 특전사 동계 혹한기 훈련 중 조난당해 저체온증으로 6명의 대원이 사망한 곳이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자 임시 대피소를 세웠다고 한다. 정상 부근에는 눈이 많이 남아 있다. 

▼<12:16> 해발 1,241m 민주지산 정상. 등로는 비교적 한가했는데 정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방 막힘없는 정상 한 바퀴 돌며 비교적 깨끗한 하늘이라 제법 먼 곳까지 볼 수 있었다. 

▼김천 방향

▼석기봉 - 삼도봉 능선.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이 펼쳐진다고 누군가 얘기해 준다. 

▼덕유산 설천봉 슬로프인데 역광이라 어둡다.

▼지나온 각호산

▼정상에서 내려와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먹거리 챙기며 한참을 쉬었다. 

▼앉아 쉬며 남겨본 정상

▼가야 할 석기봉 및 삼도봉

▼무주 방향

▼걸어갈 석기봉 가는 능선인데 편할 것 같기도 한데 중간중간 오르내리는 길이 꽤 보인다. 

▼4년 전 처음 왔을 때는 여기서 물한계곡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갔다. 

▼가지 사이로 석기봉

▼오후 막바지로 접어드니 완만히 오르는 길도 힘들게 올라간다. 

▼오후 들어 해가드는 곳은 흙길이 녹아 미끄러운 구간이 제법 나온다. 

▼석기봉에 접근하니 바로 올라가는 길은 눈으로 덮여있으며 위험구간이라 등로를 폐쇄하고 있었다. 석기봉 둘레를 돌아 오르는 길에는 눈이 다져져 아주 험한 길이 되었다. 

▼석기봉 오르는 길

▼석기봉 삼신상. 바위 사이에 약수터가 있는데 꽁꽁 얼어 맛봉 수가 없었다. 바위에 새겨진 삼신산은 강한 햇살에 희미하게 그 윤곽만 볼 수 있었다. 

▼삼신상

▼한발 한발 올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 오늘 유난히 몸이 무거운데 가만히 생각하니 아마도 체중이 문제였다. 겨울 들어 약 2Kg 불어나더니 산에서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대책을 세워야겠다. 

▼<13:45> 석기봉 정상. 좁은 정상에 여럿이 올라와 삼도에 걸쳐 있는 산들을 감상한다.  

▼지나온 민주지산 및 각호산 정상이 바로 앞이다. 

▼덕유상 방향은 역광에 흔들려 희미한 사진이다. 

▼왼쪽 밋밋한 봉우리가 삼도봉이고 그 오른쪽 능선은 백수리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멀리 솟은 봉우리는 가야산인 듯. 

▼석기봉에서 내려서며

▼석기봉에서 내려서면 삼도봉까지 1.2Km

▼삼도봉 1Km 전방에서 물한계곡으로 바로 내려가는 갈림길

▼삼도봉 정상을 당겨보고

▼<14:26>삼도봉. 오는 4개 봉우리 마지막이다. 충청북도 영동 - 경상북도 김천 - 전라북도 무주가 만나는 곳으로 지리적, 행정적 경계가 되는 곳이다. 각각의 지방에서 올라오면 서로 다른 방언으로 대화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데크판으로 잘 정리된 정상은 비박하는 사람들의 사랑받는 장소가 되겠다. 

▼백두대간은 삼도봉을 지나간다. 하산길에 잠시 대간길을 걷게 되는데 하산길은 그리 어려움 없이 속보로 내려갈 수 있다. 

▼<14:25>삼마골재를 지난다. 직진하면 백두대간이고 황룡사 3.5Km 이정표 따라 물한계곡으로는 하산한다. 

▼무덤골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시체가 즐비하게 버려졌던 곳으로 지역민들도 찾지 않는 버려진 골짜기였다고 한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등로는 몇 차례 물한계곡을 넘어간다. 

▼음주암 폭포

▼<15:38> 잣나무 숲. 여름이면 아주 시원한 길인데 하산하니 몸이 식으며 한기를 느끼게 된다. 지난번 민주지산에서 하산할 때 여기로 내려왔다. 

▼하산이 거의 마무리된다. 출렁다리를 지나가면 바로 황룡사에 도착한다. 

▼<16:00>물한계곡 주차장. 눈이 없어도 전국에서 버스 여러 대가 왔다. 화장실에서 잠시 정리하고 우리는 황간 IC를 통해 귀경길로 들어온다. 배고픔은 휴게소 가락국수 한 그릇으로 달래고 정체 없는 고속도로를 달려 편하게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