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석 때 첫 발을 올린뒤 이 가을에 뭔 행사가 그리 많은지 자주 가지 못했다.
11월초 하동읍에서 멈춘 둘레길 여행을 12월 겨울 문턱에서 다시 시작한다.
하동및구례구간은 봄 꽃이 필때 정말 아름다운데
겨울이라 볼거리 찾아가며 걸어야겠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니 고속도로 정체는 만나지 않았고
약 4시간 달려 악양들판에 도착한다.
지리산의 규모가 방대한 만큼이나 그 주변 들판도 넓다.
추수가 끝난 들판을 걸으며 1박 2일 둘레길 여행을 시작한다.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대축리 대축마을과 화개면 부춘리 원부춘마을을 잇는 8.5km의 지리산둘레길. 악양천 강둑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길 중간에 만나는 서어나무숲과 섬진강이 아름답다. 악양의 평사리 들판과 마을길에 보이는 과실(매실, 감, 배등)수가 고향에 온 듯 편안하다.축지교에서 입석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평사리 들판을 거쳐 가는 길과 강둑길을 걷는 길로 나눠진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악양 들녘의 넉넉함을 품고 간다. 형제봉 능선을 지나 숲속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면저 멀리 구례읍이 아득하고 섬진강과 백운산자락을 벗 삼아 걷는 길이 마냥 즐겁다.-지리산둘레길 홈페이지
▼<09:28>약 4시간을 달려 악양들판 대축마을 정류소에 도착한다. 주말 이틀 일기 예보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도 보이고 구름도 내려 앉았다.
▼마을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 있어 인사하고 들어가 보니 정미소다. 어릴 때 마을 중앙에 자리하고 발동기로 돌아가던 우리동네 정미소와 내부가 비슷하다.
▼이미 하동 대봉은 유명한데 그래도 축제도 하고 이런 홍보도 계속하고!
▼축지교를 건너 들판으로 나오니 둘레길 이정목이 보인다. 진행 방향의 빨간색 화살표가 두개가 보인다. 우리는 동정호 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산에서 볼때보다 내려와 직접 보니 정말 넓은 들판이다. 뒤 형제봉으로 올라가는 능선이 누워 있고 둘레길은 형제봉 바로 아래 8부능선까지 올라가 넘어야한다.
▼둑방길에서 내려와 농로로 들어왔는데 벼수확 끝나고 뿌린 보리가 싹을 튀웠다.
▼악양들판을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그림이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부부송. 그 뒤 신성봉및 형제봉 봉우리가 이 나무를 지키고 있는듯하다.
▼<10:01>악양 동정호를 지나간다. 가을색이 아직은 조금 남아 있는 풍경이다.
▼동정호에서 올려다 본 형제봉 능선
▼겨울 철새는 안 보이고 까마귀 떼가 시끄럽게 날아 다닌다.
▼대하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이 산아래 보인다. 둘레길에서 벗어나 있고 우리는 그냥 지나간다.
▼최참판댁 입구에 미술마을 작품이 설치되어 있고 버스에 동네 사람들 얼굴을 그리고 있는 화가
▼최참판댁은 하평마을에 있다.
▼들판 건너 아침에 출발한 대축마을
▼입석마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대촌마을을 경유해야한다.
▼봄이면 매화향이 온 마을을 덮고 있겠네요. 마을 곳곳에 심겨 있는 매실나무
▼가을 끝 농촌풍경
▼이 구간에서는 780미터 능선을 넘어야하는데 마을에서부터 천천히 고도를 올리니 아주 좋구나!
▼11월초 왔을 때하고 들판 색깔이 완전히 달라졌다. 곧 눈이 내리고 꽁꽁 얼어 붙을 분위기다.
▼감나무 아래에는 감을 깍고 남은 껍데기가 다시 흙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와 있다.
▼지리산둘레길도 넘어지고
▼토지길도 넘어지고
▼그래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
▼<10:41>입석마을에서 강둑길을 걸어 온 단축길과 만나게 된다.
▼악양들판 너머 섬진강
▼<11:04>이번 구간 스템프가 있는 서어나무 쉼터에 도착하여 먹거리 챙겨 먹고 쉬다 간다.
▼해발 250미터 정도 되는 서어나무 쉼터 출발하자마자 바로 된비알이 나온다. 짧은 거리에 500미터를 올려야하는데 ~~~
▼서어나무와 소나무가 같이 살고 있는 숲길이다. 여름에 땀흘리며 걷기 좋은 길이겠다(?)
▼겨울 서어나무 모습
▼올라올 때는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폭신한 느낌을 주는데 문제는 내려갈 때다. 이번 여행길에 가장 힘들었던 일이 낙엽 덮힌 돌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스틱으로 헤치고 짚고 ~~~ 정말 위험하다.
▼<11:55>섬진강생태과학관에서 올라오는 형제봉 능선과 만난다. 여기는 윗재. 올라오는 걸음이 여기서 끝인가 했는데 여기서 한참을 더 올라야했다.
▼형제봉 올라가는 길
▼능선에서 내려와 편히 걷다가 험한 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잠시 보여주는 섬진강. 뿌연 날이라 별 감흥이 없다.
▼<12:35>여기가 해발 780 정도 된다. 이제부터는 낙엽 위로 조심스럽게 걸으며 내려가야한다.
▼정말 조심스럽다. 스틱이 있어도, 천천히 걸어도 너무 힘들다.
▼야생 감나무는 아직도 가을이고
▼겨울이 되었는지 먹거리 찾아 멧돼지는 밤새 등로를 다 파헤쳤다.
▼이 쉼터가 나오면 거의 다 내려온 것이다.
▼쉼터에서 내려오니 시원한 물이 우릴 반긴다. 벌컥 벌컥 마시고 빈병에도 채우고 내려간다.
▼뒤돌아 보니 형제봉 가기 전 신성봉 구름다리가 보인다. 언젠가 올라가서 직접 걸어야겠다.
▼마을로 더 내려오니 할머니 두 분이 마실 나오신다. 마을회관으로 가신다고 한다. 83살인데 피부도 곱고 정말 건강해 보인다. 지리산 좋은 환경에서 사시니 당연한가!
▼조금 더 내려오니 마당에서 두분이서 말린 밤을 손질하고 계신다. 우리는 두분 사이를 고부간으로 판단했다. 마당 빨레 걸이에 홍씨를 쪼개어 말리고 있다. 먹어 보라고 야단하신다. 서서 배불리 먹고 한줌 들고 인사했다. 꿀맛은 저리가라했던 맛이었다.
▼<13:33>사진으로만 여러번 보았던 원부춘 마을 회관에 도착한다. 가을색이 물러가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하동 구간 여행의 첫 구간을 잘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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