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가 보라는 내연산에 올라가는 날이다. 몇몇 산행기를 보니 동대산을 오르고 내연산 삼지봉까지 능선을 걷고 보경사까지 계곡으로 하산하는 일정이 있었다. 여름 계곡 산행의 진수를 보여 준다고 하는 이 길을 걷고자 하는데 거리가 만만치 않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기로 하고 등로로 들어간다. 두 곳 정상에서는 볼거리가 전혀 없는데 소문대로 여기는 계곡을 즐기는 산행지가 맞았다. 2박 3일 지방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내연산은 바위 하나 볼 수 없는 육산으로 정상은 삼지봉이다. 주능선은 완만하고 참나무 숲이며 청하골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계곡미가 빼어난데다 12개의 폭포가 이어져 절경을 뽐낸다. 청하골은 12폭포골 또는 보경사 계곡이라고도 한다. 십리가 넘는 청하골은 관음폭포, 연산폭포, 상생폭포, 은폭포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소와 협암, 기와대, 선일대, 비하대, 학소대 등의 기암절벽이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다. 1폭포 쌍생 폭(상생 폭), 제2폭포 보현폭, 제3폭포 삼보폭, 제4폭포 잠룡폭, 제5폭포 무풍폭을 거쳐 제6폭인 관음폭과 제7폭포 연산폭 일대가 경관이 수려하다. 쌍폭인 관음폭은 쌍굴인 관음굴, 폭포 위로 걸린 연산구름다리, 층암절벽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연산적교를 건너면 높이 20m의 연산폭이 학소대 암벽을 타고 힘찬 물줄기를 쏟아 내린다. 보경사에서 연산폭까지는 약 3㎞, 1시간 남짓한 오솔길이다. 내연산은 여름산행지로 적격이다. 산과 계곡,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름등산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산행지다. 12폭포골 계곡산행에 해수욕장이 지척이다. 단풍이 들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는 내연산, 10월 하순에 절정을 이루고, 활엽수가 많아 11월 초순에는 낙엽산행으로 적기이다. 능선에는 낙엽이 계곡에는 단풍이 남아 있다. 내연산 입구에 신라 진평왕 25년 지명법사가 창건했다는 보경사가 있으며 주변에 화진, 월포, 칠포, 도구, 구룡포 등 5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 한국의 산하
오늘 여정 : 옥계계곡 신교 → 첫째능선(02;03 3.6Km) → 동대산(02;37 4.5Km) → 내연산 삼지봉(04;26 8.6Km) → 폭포 계곡 하산(05;22 10.7Km) → 보경사 하산(07;06 15.4Km) - 휴식시간 11분 포함 ※트랭글 GPS 기준
▼<10:11>옥계계곡으로 접근하는데 거대한 폭포가 보여 잠시 차를 세웠다. 청송얼음골 인공폭포라고 한다.
▼<10:22>옥계계곡으로 들어오니 늦여름을 즐기는 피서객들로 제법 붐빈다. 물가에 텐트 치고 차량도 가까이 대고 어린이들은 물속으로 들어가니 즐거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계곡에 물이 넘쳐흐른다.
▼<10:29>계곡 입구에서 약 1Km 더 들어오면 오늘 동대산 들머리 신교에 도착하게 된다. 동대산 정상까지 경방골 계곡을 지나 약 4.6Km 걸어 올라야 한다.
▼출발하니 숲길이 나오나 했는데 바로 계곡으로 줄을 잡고 내려간다. 최근 가을장마로 비가 많이 오니 계곡물도 넘쳐흐른다. 가을장마라 비를 피해 나들이 일정을 잡았는데 오늘은 파란 하늘이 하루 종일 펼쳐졌으니 최고의 선택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 오늘 산행에 최대 장애 요인이 등장한다. 경방골 약 2Km 산행 구간 중 계곡을 넘어가는 구간이 여러 곳 나오는데 징검다리 형태의 등산로를 건너야 한다. 물이 넘쳐 디딤돌이 물에 잠기고 계곡 폭우로 작은 돌은 휩쓸려 내려가 난감한 구간이 자주 나온다. 등산화를 벗고 건너든지 다를 길을 찾던지 그냥 젖은 채로 건너든지 알아서 넘어야 한다. 신발 벗기를 피하고자 조심조심 찾아 넘었다.
▼물 맞은 등산화
▼물봉선
▼여기는 계곡에서는 징검다리 흔적은 전혀 없고 건너편 돌계단만 보여 여기가 길이구나 했다. 한참 내려가 얕은 곳에서 넘어갔다.
▼쉼터 정자에 잠시 앉아 계곡을 넘어가는 작전을 짜 보았다. 등산화 방수가 잘되니 발목 부근까지만 아니면 물속 바위를 디디고 뛰어넘어갈 수 있었다.
▼계곡과 같이 가는 등산로는 훼손되어 불분명한 구간이 자주 나오는데 산악회 리본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물길도 무사히 넘었다. 신발을 벗어야 되나 하며 조금 망설이니 길이 보인다.
▼두 번째 정자를 지나며 화려한 계곡 풍경이 펼쳐지고 물소리도 더 요란해진다.
▼계곡 바위길에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위를 깎아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폭포 소리가 요란한데 여기는 호박소
▼등산로가 계곡 중앙을 지나는데 물길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어 찾는데 고생 좀 했다. 오늘 산행 시간이 꽤 늘어날 듯하다.
▼경방폭포 안내판이 보이고 물소리도 들려 잠시 들어가 본다. 녹색 숲 속에 하얀 포말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골짜기 폭포인데 주변에 약 1m 정도 두께의 낙엽이 포개져 있다. 경방골 계곡을 지나 약간 경사진 계곡으로 올라가는데 물침이골이라고 한다.
▼육단폭포라는 입간판이 보이는데 폭포는 나무에 가려 일부만 볼 수 있다.
▼미끄러운 등산로에 그래도 밧줄이 설치되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냥 여기 주저앉아 하루 종일 놀고 싶다. 산행 시작 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고 이후로도 내연산 삼지봉까지 오롯이 혼자 걷게 된다.
▼<12:02>이제 계곡이 끝나고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동대산까지 1.5Km 짧은 구간 헐떡이며 올랐다. 500미터 거리에 고도 200 정도 올리는 구간이다.
▼버섯인데?
▼<12:32>이정목에 첫째 능선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동대산 정상까지 1Km
▼초반 인간의 손길로 많이 단장한 등산로였는데 이제는 손이 덜 탄 자연스러운 등산로로 변하고 있다.
▼<13:04>해발 791m 동대산 정상에서는 파란 하늘만 볼 수 있었다. 좁은 정상 바닥은 잡초들이 무성하고 사방 우거진 나무로 조망은 제로에 가깝다.
▼<13:30>정상에서 내려와 점심시간이다. 돌무더기가 여기저기 보인다. 절터였는지? 숯가마였는지? 산성 흔적인지? 곳곳에 무너진 돌이 나뒹굴고 있다. 점심 먹으며 정말 편하게 쉬었던 시간이었다.
▼내연산 삼지봉까지 4.2Km. 평이한 능선길이며 거의 도착 즈음에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며 그나마 여름이라 잡풀들로 덮여 있고 빗물에 유실된 구간도 있어 찾기 어려운 구간이 수시로 나온다. 오늘 산악회 리본 신세를 자주 지게 된다.
▼두껍게 쌓인 낙엽 위에 자리 잡은 버섯
▼제법 가파른 길에서는 자주 멈추게 된다.
▼부드러운 말풀 지대
▼문수봉에서 삼지봉으로 올라가는 등로에 들어온다. 화재조사중이라 출입금지 띠가 걸려있다.
▼<14:50>점심 먹고 4.2Km 이정표에서 약 1시간 30분 걸어 도착한 삼지봉. 내연산 최고봉은 향로봉인데 접근이 용이한 이곳이 내연산 얼굴마담이다. 여기도 사방 막혀 있어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등로만 여러 개 보인다.
▼하산은 작은 정상석 뒤로 내려가 거무나리 골로 하산한다. 문수봉으로 300미터 정도 가면 거무나리코스로 하산하는 길이 나온다는데 지도에 보니 그곳은 계곡은 아니었다. 내려가고자 하는 거무나리골 등산로는 상당히 가파르고 험하며 계곡을 넘나드는 길로 곳곳에 유실되어 역시 찾아 걷기가 쉽지 않았다.
▼10여분 흙길을 내려오니 허연 속살을 드러낸 계곡이 나온다. 가파른 계곡이라 물소리도 요란하다.
▼계곡 속 날카로운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애처롭게 서 있다. 계곡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것 같다.
▼험한 길에서 뱀도 나를 보고 놀랬는지 머리만 숨기고 가만히 있다.
▼<15:51>1시간 정도 걸려 내연산 12폭포가 줄 서 있는 계곡으로 내려왔다.
▼여기서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징검다리가 안 보인다. 아마도 유실된듯하다. 다른 길로 몇 번 서성이다가 몇 분이 여기를 넘어야 한다고 해서 같이 넘다가 한 발이 빠졌다. 그동안 잘 버텼는데 마른 양말이 촉촉해진다.
▼징검다리를 건너기 전 등산로를 찾아 여기저기 서성이며 만난 협곡. 우렁찬 물소리가 흰 바위와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로 주변을 압도한다.
▼건너와서 보니 한 분이 어떻게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 계단으로 올라오니 탁 트인 하늘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 이제 폭포 구경하며 하산하는 길이다. 지도에는 출렁다리로 표기되어 있던데 철거되고 최신식 다리가 들어서 있다.
▼이 계곡 등산로도 많이 훼손되어 있고 멀쩡한 길에도 물이 흘러간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16:18>은폭포
▼조금 더 내려오니 걷기 좋은 길이 나온다. 먼 길 걸었는데 발바닥이 한결 편하다.
▼등산로가 동강 나 버렸다.
▼너덜길 사이로 난 등산로. 뒤돌아 본 삼지봉 정상 방향
▼정자가 자리한 선입대 절벽이 눈에 들어오고
▼<16:37>소금강전망대. 은폭포를 지나 연산폭포로 바로 내려가는 길도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전망대로 올라왔다. 내려다보는 경치가 더 멋지네. 멀리 동해 바다도 보인다. 역광이라 사진이 엉망으로 남겨졌다. 아래 관음폭포 및 연지폭포는 다음에 시간 내어 직접 내려가 봐야겠다.
▼갓부처
▼<16:53>보현암 도착. 선입대 방향 700미터 이정표가 보이는데 저물어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약수가 제공되고 커피도 무료로 마시라고 준비되어 있다.
▼보현폭포
▼두 물길의 상생폭포
▼<17:29>보경사로 하산. 오는 먼길에 최근 잦은 비로 훼손된 등로 찾아 진행하는데 힘도 많이 들었고 시간도 예상을 초과하게 되었다.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와 너무 기쁜 저녁이다. 이제 부산으로 달려간다.
▼부산으로 내려오다가 일광 복국이 생각나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변치 않는 맛에 내가 좋아하는 풀치 조림은 두 그릇이나 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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