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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산행/강원

[고루포기산]봄날 최고의 눈산행이었다 2022.03.20(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오목골)

3월 중순에 눈이 내린다. 강원도. 그것도 폭설이란다. 최근 다리 상태가 별로라 병원 진료받고 쉬고 있는데 일요일 아침 대관령으로 달려간다. 고속도로는 텅 비었는데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아수라장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승용차가 가변까지 다 차지했고 관광버스는 끝없이 사람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일단 출발하자

고루포기산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주변의 발왕산, 제왕산, 능경봉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산이다.백두대간 상에 솟아 있는 산으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환상적인 산행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 발아래는 왕산리 계곡이 펼쳐지고 그 뒤 멀리 강릉시와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오며, 북쪽으로는 초록빛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대관령에서 동쪽으로는 제왕산이 자리잡고 있고 이 제왕산 어깨를 집고 대관령 남쪽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능경봉이다. 능경봉 남서쪽으로는 고루포기산이 딱 가로막고 서있다. 고루포기산과 능경봉을 지고 있는 횡계는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하며 겨울에는 이웃 간에 새끼줄을 매어놓고 살다가 눈이 많이 올 때는 지붕 처마까지 차므로 이 새끼줄을 이용하여 길을 만들고 이웃 간에 마실을 다녔는 데 눈이 많이 오는 이점을 살려 지금은 횡계 주민들이 벌이는 축제가 눈꽃 축제이다 - 한국의 산하

오늘 여정 : 대관령 휴게소 → 능경봉 들머리(00;31 1.3Km) → 능경봉(01;21 2.5Km) → 전망대(03;39 7.3Km) → 고루포기산(04;29 7.8Km) → 오목골 라마다호텔(05;47 10.2Km) - 트랭글 GPS 기준이나 정상에서 밧데리 소진으로 하산 직전까지 기록은 추정으로 집계됨

▼<10:00>대관령IC를 빠져나와 휴게소에 접근하는데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사진 남긴다고 난리다. 대관령 주차 공간이 너무 복잡하여 대관령 마을휴게소에서 나는 내리고 차량은 바로 빠져나가 하산지에서 만나기로 했다. 처음에는 선자령으로 갈까 했는데 너무 복잡하여 능경봉으로 오르기로 했다. 들머리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주차장에는 화장실이 폐쇄되어 부득이 여기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온통 눈 세상이다.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주차장. 여기도 아수라장이다. 몇몇 승용차는 눈위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밀고 당기고 야단이네. 

▼낮은 구름에 잔뜩 눌려 있던 하늘이 우리가 도착하니 잠시 열린다. 주차장에서 능경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눈 속에 묻혔다. 올 겨울 제대로 눈 구경 못했는데 봄의 중앙에서 횡재한 기분이다. 비교적 한가한 계단에서 다들 소리 지르고 사진 남기는 관광객들도 제법 보인다. 아이젠 없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사람도 보이고. 

▼계단 올라와 내려다 본 주차장

▼고속도로준공기념비

▼산행 들머리로 제왕산-능경봉-고루포기산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눈이 깔린 등산로 걱정을 했는데 시작 지점이라 사람들이 많이 다져두어 걷기에는 지장이 전혀 없는 구간이다. 눈꽃이 만개했다. 날이 포근해 곧 바닥으로 떨어지겠지만 지금은 아무나 만날 수 없는 장관이다. 

▼임도와 만나면 바로 능경봉과 제왕산 갈림길이 나온다. 

▼<10:27> 여기가 능경봉 들머리. 임도로 직진하면 제왕산 가는 길이고 능경봉은 감시초소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능경봉 정상까지 1.1Km. 완만한 오르막인데 눈길이라 속도 내기가 어려운 구간이다. 이 길은 대관령에서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을 넘어 닭목령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22구간이라고 한다. 

▼꽃이 진다. 따듯한 날씨에 가지에 피었던 꽃이 지고 있다. 후드득~~~ 머리에 떨어지는데 모자를 꺼내었다. 

▼지금 보니 현장에서 만났던 꽃이 아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던 설경이었다. 

▼10Km 정도 되는 오늘 등산로에서 몇 번 만나기 힘들었던 암릉지대.

▼<11:04> 헐떡이며 올라오니 사람들이 눈을 헤치고 자리 잡았다. 능경봉 정상 직전 헬기장이다. 조망이 좀 있을듯한데 구름에 보이는 것은 가까운 가지의 눈꽃이 전부다. 

▼<11:07> 해발 1,123.2m 능경봉 정상. 동해 강릉을 내려다보는 능경봉인데 구름에 암흑이다. 

▼동해 바다 방향인데 ~~~

▼능경봉에서 전망대까지 4.2Km이고 고루포기 정상까지는 1Km 더하여 5.2Km 꽤 먼길이다. 능경봉까지는 관광객들 포함하여 꽤 많이 올라오리라 생각하여 별문제 없다했는데 이후로 눈길이라 걱정하며 상황보고 진행하기로 했다. 고루포기 방향으로 길이 잘 정리되어 있어 그냥 들어와 버렸다. 약 2Km 정도는 별 문제 없이 걸었는데 앞에 가던 분이 쉬는 사이 혼자 오르며 길이 희미하고 발자국도 간간히 없어져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탈출할 길도 여의치 않았던 능선길이었다. 

▼행운의 돌탑.돌탑 본모습은 전혀 만날 수 없었다. 

▼길이 나 있는데도 미끄럽고 빠지고 정신이 없네. 산꾼들이 즐기는(?) 심설산행이다.

▼앞서 가던 사람을 따라잡았다. 뒤따르며 다져진 발자국 위로 걸으니 다리도 한결 수월하고 마음도 편했는데. 

▼다져진 길을 벗어나면 여지없이 빠지는 구간으로 허벅지까지 내려갔다. 

▼힘들어도 간간히 열리는 파란 하늘을 보며 쉬어가는 시간이 있어 너무 행복한 산행이 되었다. 

▼가지 사이로 능선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저 길을 다 헤집고 건너야 한다. 

▼앞서 가던 분이 이 부근에서 자리 펴고 막걸리와 라면을 먹고 있었다. 이 부근에 사시는 분으로 고루포기산에서 하산하는 길을 안내해주었고 같이 올라가나 했는데 조금만 걷고 중간에 내려간다고 한다. 많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나무 가지 눈을 헤치고 나타난 봉우리. 넘고 또 넘어야 고루포기산인듯하다. 

▼장비를 동원해 인위적으로 러셀 한 길 같은데 ~~~

▼가지 사리로 파란 하늘이 나오고 아래는 영동고속도로 달리는 차량이 지르는 굉음도 대단하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터널 위를 지나고 있다. 

▼<12:23> 전망대 1.6Km 남겨두고 왕산골 하산로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걸을만한 눈길로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이었는데 이후로 바로 된비알이 나오고 걸었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길이다.  

▼등로인데도 이 정도 빠지고 약간만 벗어나도 무릎을 넘어간다. 쉽지 않은 길이 계속된다. 다행히 날이 맑아지고 온도가 올라가 날씨로 인한 어려움은 전혀 없다. 

▼쉼터 나무 의자도 다 눈 속으로 들어가 쉬고 있다. 

▼전망대 0.7Km를 남기고 등로는 한층 더 가팔라지고 발은 계속 미끄러져 흘러내린다.

▼떨어진 눈으로 바닥이 초토화되었다. 된비알 쉼터로 보이는데 잠시 멈추고 화려한 눈꽃을 보며 쉬어간다. 

▼<13:39>대관령 전망대. 이제 급경사 오르막은 거의 끝난듯하다. 선자령도 멀리 보이고 하산지 마을도 보이는 시원한 조망이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 1.0Km 고도를 높이니 가지에 눈이 더 풍성하게 열렸고 바닥에 쌓인 눈도 더 두꺼워져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어 러셀 하다시피 올라간다. 

▼<14:07>오목골 하산길이 나온다. 같이 올라오신 분이 여기서 내려가면 아주 가파른 계곡길이라 눈길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 곳이 여기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하산하라고 했다. 

▼<14:20>갑자기 잘 정리되고 넓은 등산로와 만난다. 정상까지 200미터이며 하산하는 길은 화약골 9.0Km 이정표 따라 내려가게 된다. 같이 서 있는 또 다른 이정표에는 지르메 3.5Km로 표기되어 있다. 

▼<14:29>해발 1,238.3m 고루포기산 정상. 오늘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없다. 손도 시리고 눈 녹은 물이 스며들어 배터리 충전이 안된다. 곧 핸드폰이 꺼지게 된다. 급하게 사진 남기고 통화 안된다는 문자 보내고 바로 하산한다. 파란 하늘에 어두워지며 간간히 눈이 날리기도 한다. 대관령에서 4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15:25> 정상에서 약 40분 정도 내려온 곳은 오목골 0.5Km 전이다. 정상에서 내려와 지르메 이정표를 따라 내려오는데 길은 임도인지 아주 걷기 편한 길이었다. 더군다나 장비로 눈길을 만들어진 상태로 아주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이제까지 걸었던 길은 대관령에서 시작하여 능경봉을 거쳐 고루포기산 들렀다가 화약골로 들어가는 대관령 숲길 구름구간이다. 그래서 정리가 잘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목골 9백 미터를 앞둔 철탑 아래부터는 화약골로 가는 숲길과 헤어지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러셀은 전혀 안되어 있고 심지어 사람이 다닌 흔적은 전혀 없었다. 단디 리본 몇 장이 보여 이곳이 등산로이구나 하며 내려오는데 정말로 허벅지까지 빠지는 길이었다. 길이 맞을까 고개를 흔들면 리본이 보이고 또 흔들고 보이고를 반복한다. 여기서 오목골 0.5Km 이정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잠시 멈추었는데 때마침 핫팩으로 습기를 말리던 충전기 USB 잭이 정상 작동하여 핸드폰이 켜지게 된다.  

▼벌통

▼오목골 다리를 거너 왼쪽으로 잠시 걸으면 오늘 하산지에 도착하게 된다. 

▼<15:46> 오목골 라마다 호텔 입구에 무사히 도착한다. 먼길에 눈길에 고생 많이 한 한나절이었는데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런 산행도 가능하구나! 우리 차는 인근 카페에서 대기 중이라 바로 도착한다. 진부 시내에 들러 송어회 포장하여 그리 막히지 않은 고속도로를 달리게 된다. 잊지 못할 봄날 눈 산행이었다.

▼내려와 찻길에서 올려다본 고루포기산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