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우리는 보물섬 남해로 내려간다. 봄철 고사리 채취 기간 탐방 예약제 시행에 따라 불편함이 있어 다음으로 미루었던 37코스를 걷기로 한다. 습기가 많은 계절에 더위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실제는 그 이상 힘든 길이 되었다. 오르내리는 구간도 많고 땀을 많이 흘려 수시로 앉아 수분 보충하며 쉬느라 진행은 더디기만 했고 도착하고 보니 그래도 별 탈 없이 마무리함에 스스로에 고마움을 전하게 된다. 약 50일 만에 제대로 걸어본 하루였는데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든 길이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고사리 산지인 고사리밭을 지나는 길로 감탄을 자아내는 이국적인 정취로 걸음걸이가 자꾸 느려지는 길로 바다 전경과 바다 멀리 삼천포대교 등의 전경을 보며 걷기 지루하지 않은 구간이다.고사리 채취기간인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은 사전 예약자에 한해 지정된 안내인 동반하에 걸을 수 있다 - 두루 누비 홈페이지
▼<11:45>37코스 출발지는 남해 창선면 창선파출소. 창선면 중심지인데 아주 조용한 오전이다. 시골은 어딜가나 텅 비어 가는 중이다.
▼무화과 익어가는 계절이다. 요즘은 전국 어딜가나 무화과를 볼 수 있다. 섬에도 도시 근교에도 무화과 밭을 쉽게 만난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남해. 참깨 수확이 시작되었고 들판 벼는 색이 변하고 있다.
▼가인 방향으로 올라가 고사리 밭을 돌고 돌아 적량에 도착할 것이다. 시간이 가면 뜨거운 공기가 내 머리 땀을 짜 내고 있다.
▼<12:10>노전마을에 접근하며 고사리 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창선 파출소에서 출발한 37코스는 해안길을 따라오게 되어 있는데 해안길 정비 공사로 2023년까지 코스가 찻길로 변경되었다. 습기에 아스팔트 열기에 시작하자마자 온몸은 땀으로 젖어버렸다.
▼고사리 밭으로 올라가는 길. 고사리 시즌(3~6월)에는 사전 예약하여 해설사 안내를 받아야 들어 갈 수 있는 길이다.
▼동대만 둑에 도로개설 공사로 2023년까지 임시 우회노선으로 걸어야 한다.
▼고사리 밭 사이로 시작부터 아주 가파른 길이다. 올라와 잠시 주저 앉았다. 가방에 피자 조각 꺼내 먹으며 어찌 걸어야 하나 혼자만의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힘들면 무조건 쉬자'
▼고사리 수확은 끝났고 내년 봄 알찬 수확물을 내기 위해 뜨거운 햇살을 밭아 왕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뜨거운 날씨만 아니면 참 여유롭게 구경하며 걸을 수 있을 텐데 한걸음 한걸음이 힘든 시간이다. 오늘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가장자리에는 지각한 고사리가 올라오고 있다.
▼어린 염소 몇 마리가 우리에 보인다. 인적은 없고 배가 고픈지 요란하게 소리치고 있다.
▼고사리 밭에서 내려오면 석포마을이다. 잠시 마을길 걷다가 바로 산속 고사리 밭으로 다시 올라간다.
▼잠시 걷고 오래 쉬고! 정말 땀 많이 나오고 계속 물 마시고. 저 나무 아래 또 주저 앉아 웃통을 벗었다.
▼여기까지 올라오기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 왼쪽 숲속으로 들어가니 내려가는 길이다. 조금 내려서니 삼천포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삼천포 시가지
▼삼천포대교
▼삼천포 화력발전소.전국 고사리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는 남해 창선 고사리밭이 장관이다.
▼고사리 밭 산책길에 예쁜 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앉았는데 자리가 너무 뜨거워 그냥 일어나게 된다.
▼고사리밭에서 내려와 차도를 걸어 마을로 올라간다.
▼가인마을로 들어와도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폐가가 늘어나고 거주민 대부분은 노인분들이고 그나마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젊은 노인도 점점 줄어들어 농촌 현실은 참담한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바다로 내려와 잠시 차도를 따라 바다 구경하며 걷게된다. 참깨 말리는 정겨운 풍경이다.
▼이제는 완만한 오르막도 너무 힘드네. 천천히 쉬어가자.
▼2리터 물을 다 마셨다. 가까운 집에 들어가 물을 좀 얻을까했는데 인기척은 없고 사나운 개가 버티고 짖어대고 있다. 이제부터는 갈증과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딸이 골라 준 등산화는 이미 10여년을 같이 했는데 이제 이별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동안 3번의 창갈이로 긴 시간 버텼다.
▼이제 차도를 벗어나 왼쪽 숲길로 들어간다. 고사리 밭도 거의 끝나간다.
▼또 나오네. 주저 앉았다. 여자친구한테 전화가 오는데 물 얘기를 하니 가져다준다고 하는데 여기 숲 속이라 쉽지 않아 기다리라고 한다.
▼하늘이 뿌연 상태라 그리 선명한 바다는 아닌데도 참 아름답고 여유로와 보이는 풍경이다. 잠시 편하게 앉았다.
▼작은 암자가 보이는데 개들이 얼마나 짖어대는지 들어갈 생각을 못했다. 다행인 건 경사가 없는 편한 임도이고 나무가 해를 가려 제법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숲에서 나오니 왼쪽으로 잠시 바다가 보이고 멀리 여자친구가 보인다. 물과 콜라를 가지고 약 1Km 걸어 올라왔다. 단숨에 콜라 한 병 마시고 연이어 물까지 반 병 정도 마시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적량마을
▼<17:37>적량머스정류장에 도착하여 힘들었던 37코스가 마무리된다. 파김치가 되어버린 몰골이다. 오후에 예약한 숙소는 하동이다. 남해 시내로 들어가 저녁 먹거리 치킨 한 마리 튀기고 음료수 챙겨 숙소에 도착하니 살 것 같다. 오면서 다리에 경련이 있어 여자친구가 운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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