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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산행/강원

[응복산]안개 가득한 백두대간을 걸었다 2022.09.11

추석 명절 고속도로 정체는 예상된 일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 격리 완화로 내려가는 길에서 최악의 정체를 맛보게 되는데, 다행히 아들과 나누어 운전하니 피로감은 확 떨어져 비교적 수월하게 부모님 산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추석 당일 일찍 차례 모시고 출발하니 충주 처가까지 거의 막힘 없이 올라올 수 있어 이번 명절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을 확 줄어들었다.  연휴 삼일째 아침 일어나 나갈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현관문을 밀고 나왔다. 오늘은 흐림으로 예보되어 강원도 조망이 별로인 산을 찾아 헨들을 잡았다. 

 

응복산(1359.6m)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과 현북면,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는 백두대간 위의 산이다. 응복산은 북쪽의 80리 골짜기, 미천골로 더욱 유명한데 이밖에도 통마람골, 약수골, 합실골 등 원시 골짜기들을 여럿 품고 있다. 응복산 산행은 예전에는 갈천이나 명개리에서 구룡령으로 걸어 올라간 후 하여야 했으므로 하루 산행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56번 국도의 명개리에서 구룡령을 넘어 갈천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최근에 포장됨으로써 구룡령을 기점으로 하는 산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다만 아직까지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게 한 가지 흠이다. 백두대간의 한계령과 대관령의 중간쯤에 자리 잡은 이 산은 사방에 긴 골짜기를 품고 있다. 하루 일정의 산행코스로는 구룡령에서 출발, 정상을 지난 다음 안부에서 통마람골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다. 하루 더 시간이 있다면 미천골을 따라 불바라기 약수까지 다녀오는 산행을 하면 좋다 - 한국의 산하

 

오늘 여정 : 통마람골 들머리 → 만월봉 갈림길(00:12 0.6Km) → 백두대간 능선진입(01:15 2.3Km) → 응복산(01:26 2.6Km) → 만월봉(02:09 4.2Km) → 만월봉 갈림길(02:58 6.2Km) → 통마람골(03:07 6.7Km) - 휴식시간 10분 포함 ※트랭글 GPS 기준

 

▼<09:22>오대산국립공원 입간판이 서 있는 명개 삼거리. 56번 국도를 따라오다 여기서 오른쪽 좁을 길로 들어간다. 

▼통마람골로 들어가는 소나무 숲길. 좁은 길이라도 곳곳에 교행 할 수 있는 대피소가 있으며 약 5Km 오르다 차량 한 대와 마주하게 된다. 

▼<09:40>통마람골 들머리. 고랭지 배추밭에서는 고가의 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평소에는 왼쪽 도로에 진입을 막는 쇠줄이 쳐져 있는데 요즘 수확철이라 열려 있는 듯하다. 배추 수확하는 분이 다른 차량 방해되지 않게 한쪽에 밀착하여 주차하라고 일러준다. 보이는 방향 왼쪽 길로 들어간다. 

▼요즘 고공행진 배추값이라 주인은 밭 쳐다만 봐도 배부르겠다. 주변에 고냉지 배추밭이 제법 보인다. 

▼선답자 산행기에서 여러 번 만났던 삼거리. 좌우 양갈래 잘 보이는 길이 아닌 중앙 야생화가 덮인 계곡길로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면 등로가 계곡으로 변해 물길만 보인다. 

▼내 눈에는 흰물봉선도 투구꽃도 다 신비로운 모습이다. 

▼<09:52>희미한 등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응복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만월봉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들머리부터 여기까지 그리고 이후 백두대간에 올라서기까지 이정표는 전혀 없고 몇몇 분들이 걸어둔 리본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왼쪽 응복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가는데 제법 가파른 길이 약 1Km 계속된다. 여름에는 만월봉에서 하산하는 계곡길이 좋아 보이니 먼저 왼쪽으로 올라가는 게 정답인듯하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가자마자 된비알이다.

▼이끼 덮힌 자그만 계곡이 연속으로 나오고 다듬어지지 않은 숲 속에는 가을 야생화가 지천이다. 조망 없는 산길에서 산행의 즐거움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길이다. 

 

▼만월봉 갈림길에서 약 30분 된비알 올라오니 여기부터 평지에 가까운 길이다. 부드러운 흙길이 백두대간 능선까지 계속된다. 

▼조금 더 진행하니 갑자기 안개가 몰려온다. 조망 기대감은 완전히 없어지게된다. 짙은 안개로 나뭇잎에는 비가 내린 것처럼 젖어 있어 아랫도리는 완전히 젖어 버렸다. 

▼<10:55>들머리에서 1시간 10분 걸어 도착한 백두대간. 대간꾼들이 만든 백두대간길이 고속도로 수준이다. 응복산까지 0.29Km 이정표 따라 올라간다. 

▼살짝 열린 창문에는 안개가 가득하여 여백의 미만 보여준다.

▼<11:06>해발 1,359m 응복산 정상. 鷹伏山(매 응 / 엎드릴 복)은 매가 엎드린 모습이라고 한다. 대간길 걷는 산객들이 걸어둔 시그널이 삭막한 정상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별다른 조망은 없어 잠시 사진 남기고 바로 내려가는데 높은 곳이라 가을이 익어가는 분위기가 선명하다. 

▼습기가 많은 지역인지 이끼를 키우는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그리 크지 않는 주목나무도 몇 그루 자리하고 있었다. 

▼만월봉 직전 삼거리. 이정표는 바닥에 떨어져 누워있다. 바로 위 만월봉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여기서 하산할 것이다.

▼<11:49>백두대간 만월봉. 200년 전 어느 시인이 이 봉을 바라보고 시를 읊었는데 바다에 솟은 달이 온산에 비침으로 만월이 가득하다 하여 만월봉이라고 했다. 안내도에 상세한 지도와 설명이 있다. 행동식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바로 내려선다. 여기도 나무가 보호하고 있는 봉우리라 조망은 전혀 없었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왔다. 떨어져 누운 이정표는 통마름으로 표시되어 있다. 하산길은 통마름 2.1Km

▼내려서니 갖가지 야생화가 줄지어 있는데 여기서는 금강초롱이 터줏대감인듯하다. 색이 바래고 이미 지고 있는 곷이 많이 보였다. 

▼좀 더 내려오닌 안개는 없어지고 마른 등로가 나타난다. 

▼하산이 거의 마무리되며 잠시 계곡에 앉았다.오염되지 않은 계곡물은 달달함 그 자체로 머리 감으니 이제 시릴 정도로 차갑게 느껴진다. 

▼만월봉 갈림길

▼내려오니 배추 수확이 끝났다. 

▼<12:46>오지  산행지로 소문나 있어 걱정하며 찾았는데 별 어려움 없이 무사히 내려왔다. 산행 중 만만 사람은 대간길 걷는 두 사람이 전부였다. 일찍 마무리되니 여유가 있어 운전하며 배를 채우고 가까운 삼봉약수터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