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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산행/경상

[지리산종주 1일차]피곤함을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2022.10.13

설악산 대피소에서 별을 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다. 중청대피소에서 자고 공룡능선을 간다고 했는데 단풍 시즌이라 주중에도 대피소 예약이 어려워 지리산으로 급히 발길을 돌린다. 전 직장 SK동기 몇 이서 산을 찾곤 하는데 한 명은 부상 중이라 셋이 출발한다. 그런데 둘은 화엄사-대원사 종주를 한다고 하여 체력에 자신이 없는 나는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만나 걷기로 했다. 하산은 천왕봉 정상에서 다른 길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실행 단계에서 다 어그러져 단 10분간의 조우에 그치게 된다. 한국의 가을 날씨는 다들 생각한 대로지만 이번 이틀간은 최고의 가을 하늘을 보여주어 걷는 피로도가 반감된 산행으로 별도 보고 일충의 장관도 만나고 파란 하늘이 반겨준 황금 같은 이틀이었다. 

 

1일 차 여정 : 성삼재 → 노고단고개(00:59 2.6Km) → 피아골삼거리(02:00 5.4Km) → 임걸령셈터(02:09 5.7Km) → 노루목(02:43 7.2Km) → 반야봉(03:15 8.2Km) → 삼도봉(04:03 9.6Km) → 화개재(04:32 10.4Km) → 토끼봉(05:09 11.6Km) → 연하천대피소(06:27 14.6Km) → 벽소령대피소(08:10 18.1Km) → 덕평봉(09:26 20.4Km) → 칠선봉(10:51 22.3Km) → 세석대피소(12:01 24.4Km) - 휴식시간 1시간 5분 포함 ※트랭글 GPS 기준

 

▼성삼재로 바로 가는 버스가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한다. 11시 출발하여 새벽 3시에 도착하니 일반 안내 산악회 버스와 같은 시간대가 된다. 지리산 종주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 주중인데도 버스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4시간 달리며 약 3시간 잠들었다. 

▼<03:23>정확히 3시에 버스는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했고 무인편의점으로 들어가 큰 사발면 한 그릇 하고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바로 출발한다. 오늘 점심까지는 혼자 걸어야 할 것 같아 동서울터미널에서 미니헴버거와 샌드위치를 챙겨 왔다. 

▼3시에 차단기는 올라가고

▼임도를 가로지르는 계단길. 헤드렌턴 불빛이 아주 밝아 혼자 걸어도 별 불편함 없이 전속력으로 걸을 수 있었다. 

▼노고대대피소에서 라면 끓여 먹는 사람 물 데워 차 마시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계속 올라간다. 지리산 종주를 몇 번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새벽어둠 속에 걸으며 뭐가 그리 급했는지 반야봉에 오르지 못했다. 오늘 혼자 걸으며 반야봉으로 올라가는 욕심을 내 본다. 요즘 힘들어도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일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쉬는 시간을 최소로 한다. 

▼<04:22>약 1시간 정도 걸어 도착한 노고단 고개. 지나번 친구들과 새벽 노고단 일출을 맞으러 올라왔었다. 천왕봉까지 25.5Km 지리산 주능선 종주길로 들어왔다. 불빛은 없고 하늘에 달과 별뿐이다. 노루목까지 거치거나 된비알 거의 없는 고속도로 수준의 길이다. 어둠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오로지 걷기만 한다. 

▼뭔가 자세히 보니 야생동물 관찰 카메라. 쳐다보다가 나도 찍혔다.

▼저지대 새벽 운해가 평쳐져 있고 멀리 도심지 불빛도 들어온다. 

▼돼지령

▼<05:23>두시간 정도 걸어 도착한 피아골 삼거리. 몇 년 전 종주 시 피아골로 한참 내려갔다가 기분이 이상해 되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10여분 걸어오면 임걸령 샘터에 도착한다. 사시사철 언제나 콸콸 나오는 샘물로 맛도 최고인듯하다. 지리산은 물이 많은 산이라 종주할 때도 최소한의 물만 가지고 올라와 수시로 마시고 보충하면 된다. 

▼이전에는 이런 시설이 없었다. 샘터에서 올라오면 임걸령 이정목이 나오고 쉬어갈 수 있는 시설이 나온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산길이다. 

▼<06:06> 노루목. 여기서 반야봉으로 올라간다. 일출 시간이 6시 35분인데 올라가면 일출이 이미 진행되었겠다. 올라가 보자. 사방은 이미 밝아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올라오니 반야봉 삼거리. 여기에 배낭을 내리고 맨몸으로 올라간다. 된비알이라 속도가 나지 않는데도 최대한 달리다시피 기어오른다. 

▼바빠도 지리산 세상 구경하며 올라간다. 여명은 절정을 치닫고 아래 운해는 빈틈없이 아래 마을을 덮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분이 "좀 늦으셨네요" 한다. 여기 일출이 더 이쁜데! 지리산 반야봉 일출 장관이다. 

▼<06:39>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반야봉에 올라왔다. 사진 만기며 노루목에서 33분 걸렸다. 설악산보다 더 높은 정상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고개를 지나 걸어놓은 길이 발아래 길게 보인다. 

▼아침 해를 받나 천왕봉 주변도 깨어나고 있다. 내일이며 저기 정상에 올라가 있을 거다. 

 

▼<06:48>10여분 반야봉에서 즐기고 내려간다. 

▼구례에서 하동으로 흘러가는 섬진강이 저 속에서 흐르고 있을 것이다. 세상사 힘들고 어려운 일 잠시 흰 구름 속에서 탈색하여 기쁨과 즐거움으로 변하거라!

▼올라 올떄는 내 가방만 있었는데 그 사이 가방이 여러 개 모였다. 삼도봉  왼쪽으로 내려간다.

▼삼도봉이 바로 앞이고

▼삼도봉 직전 뒤돌아본 반야봉

▼<07:26>삼도봉. 전라남북도 및 경상남도가 만나는 삼도봉. 같은 버스를 타고 오신 두 분이 반야봉에 오르지 않고  여기서 쉬고 있다. 한쪽에 앉아 샌드위치 먹고 잠시 쉬어간다. 

▼화개재로 내려 가는 계단. 

▼<07:55>화개재. 왼쪽으로는 단풍이 이쁘다는 뱀사골로 가는 길. 직진하며 좀 험한 길이 시작된다. 

▼토끼봉에 오르니 지나온 길이 잘 보인다. 잠시 서서 구경하며 땀을 식힌다. 

▼연하천대피소 2Km 전 이정표를 지나며 등로는 한층 더 가팔라진다. 

▼내 기억에 이 계단이 끝나면 연하천대피소가 가까웠는데 그게 아니네. 올라가서도 명선봉 봉우리 배지가 울리고 한참을 더 걸어야 대피소에 도착한다. 

▼연하천대피소 직전 오른쪽 봉우리가 명선봉(?)

▼<09:50>연하천대피소. 몇 년 전 왔을 때 공사 중이었는데 완료되고 다시 추가 공사를 한다고 직원이 알려준다. 한쪽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맛난 연하천 샘물은 여전히 콸콸 나온다. 

▼먼저 와 쉬고 있던 두 사람은 먼저 출발하고 조금 뒤 나도 따라 붙는다. 칠선봉까지 계속 따라만 갔는데 이후는 두 분이 지쳐 내가 먼저 세석대피소에 도착하게 된다. 

▼음정마을 갈림길.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3.2Km 구간은 비교적 편한 길이다. 험하지도 않고 된비알도 심하지 않는 구간

▼형제봉을 지나고 있는 것 같은데 봉우리가 어디지?

▼바위에 올라서니 가야할 길이 천왕봉 정상까지 한눈에 보인다. 형제봉 아래 거대한 바위가 앞에 보이고 잘록한 안부에 벽소령 대피소도 편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봤던 거대한 바위 앞을 지나고

▼내려와 올려다 보고

▼가야할 길을 살피니 저만치 벽소령대피소 건물이 보인다. 

▼<11:35>약 18Km 걸어 도착한 벽소령대피소. 음정에서 올라오신 분이 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사진 찍어 달라고 야단이다. 속으로 욕하며 기꺼이 몇 장 찍어드리니 나보고 서라고 하며 찍어 주신다. 해가 비추어도 그리 덥지 않는 벽소령대피소. 햄버거로 점심 요기 시간. 의자에 드러누워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대피소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두 사람은 이제 임걸령을 지나고 있고 반야봉을 들렀다 온다고 한다. 아마도 오늘 세석대피소 도착이 어려울 듯하다. 국립공원은 대피소마다 통과 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다. 세석대피소 예약자는 4시 이전에 여기를 통과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4시가 훨씬 넘을 것이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출발하면 낙석구간이 자주 나오는데 여기는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몇년전에 비해 등로가 많이 정비되고 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벽소령 옛길 부근

▼<12:41>앞서 간 두 분이 덕평봉에서 쉬고 있었다. 빵에 사라다를 발라 먹으며 한 조각 얻어먹었다. 한분은 30년 만에 지리산에 올라왔다고 한다. 

▼물이 귀한 선비샘인데 오늘도 물은 애기 오줌줄기다. 누군가 바가지를 받혀두어 바로 한 바가지 마신다. 물맛은 여전하다.

▼선비샘에서 조금더 올라오면 선비샘 전망대가 나온다. 하동방향인데 아마도 지리산 남부능선이 내려가 삼신봉을 넘어 청학동에 이르는 능선으로 보인다. 세석평전 위 촛대봉이 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13:45>오늘 걷는 길에서 만나는 최고의 전망대에 도착한다. 지리산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와 있고 남부능선 삼신봉도 보인다. 

▼천왕봉

▼영신봉 넘어 촛대봉도 보인다. 

▼지리산 남부능선 끄 끝에 삼신봉. 지난달 삼신봉에 올라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은 환상 그 자체였다. 

▼뒤 산은 광양 백운산 - 억불봉 능선

 

▼막바지라 그리 험하지 않은데도 아주 힘들게 느껴진다. 같이 오던 두 사람은 이제 안 보인다. 

▼<14:13>칠선봉. 선녀인가 신선인가? 하늘은 더 깨끗해진다. 

▼전망대가 줄지어 나온다.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6.3Km 먼길인데 이제 1.5Km  정도 남았다. 

▼영신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오늘 마지막 힘든 길이다. 올라가며 왼쪽으로 창이 열리고 천왕봉을 당겨 본다. 

▼또 전망바위. 곱디 고운 가을색이 완연하다. 

▼뒤돌아 보면 반야봉

▼진행방향은 천왕봉

▼영신봉 정상 표식이 붙어 있고 그 맞은편 금줄을 넘으면 영신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길이 잘 나 있으나 나는 그냥 세석으로 내려간다. 

▼세석평전 및 촛대봉

▼뒤돌아 본 영신봉

▼<15:24>성삼제에서 반야봉 올랐다가 약 12시간 걸어 도착한 세석대피소. 이른 시간이라 한적한 세석대피소

▼취사실이 새로 들어서 있다. 저 자리에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후배와 오후 1시 도착하여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술이 모자라 안내산악회 대장 가방을 열어 같이 마셨던 추억! 저 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눈물이 난다. 부디 그곳에서도 좋은 곳 다니며 더는 아프지 말고!

▼2015년 10월 3일 오후 왼쪽이 고 박광제 후배

▼아래 샘터로 와 빈병 채우고 더 아래 간이샘터로 내려와 간단히 씻었다. 

▼세석대피소는 여유가 있다. 코로나로 한자리 건너 배정해준다. 이제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지 못한 두 사람은 여기 공단 직원에게 상세한 설명을 하니 벽소령대피소에서 자게 해준다고 했다. 고기 등 먹거리는 지들이 다 가지고 있는데 나의 저녁은 라면애밥이다. 내일 아침도 라면애밥이 될 것이다. 

▼자다가 꺠어 뒤척이고 핸드폰 열어보고 화장실도 다녀오다 보니 3시가 되고 천왕봉 일출 보러 가는 산객들이 움직이며 나도 일어났다. 밖에서 걷다가 들어와 누웠다가 5시에 아래로 내려와 아침을 먹고 떠날 채비를 하게 된다. 긴 밤이었다.